지난주 저녁 무렵 30대 후반 남성분이 아내와 함께 사무실에 오셨습니다.
"저는 회생 신청하고 싶은데, 아내가 그러면 자기 신용도 망가지는 거 아니냐고 반대를 해서요."
남편분은 결심이 서 있는 표정이었고, 아내분은 걱정 반 의심 반의 얼굴이셨습니다.
제가 종이 한 장을 꺼내 두 분 앞에 그림을 그려 설명해드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내분의 표정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개인회생은 신청인 본인의 신용과 채무에만 효력이 미칩니다.
남편이 신청한다고 해서 아내의 신용점수가 자동으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부부 공동명의 재산, 배우자 명의로 이체된 자산, 아이 이름의 금융 계좌 등은 별도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또한 서류상 아무 문제 없어도 실생활에서는 뜻하지 않은 파장이 오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경계선을 하나씩 짚어드리겠습니다.
부부라도 신용은 각자의 것입니다
대한민국 금융 시스템에서 신용정보는 개인 단위로 관리됩니다.
부부라 해도 각자의 주민등록번호로 별도의 신용점수와 대출 이력이 쌓입니다.
남편이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채무불이행자로 등재되어도 그 기록은 남편 것이지 아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아내분의 카드, 대출, 통장은 모두 그대로 유지됩니다.
"저만 신용이 무너진다"는 명확한 원칙, 이걸 먼저 이해하시면 마음이 훨씬 편해집니다.
다만 실무에서 자주 오해가 생기는 부분이 있습니다.
같은 주소지에 사는 배우자의 신용조회에 살짝 영향을 주지 않느냐는 걱정이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세대주 신용조회가 세대원 신용점수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다만 부부 공동으로 이루어진 대출 상품, 예를 들어 공동명의 주택담보대출 같은 경우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공동" 자리에 서명이 있는 순간 그 채무는 두 사람의 채무가 됩니다.
공동명의 재산은 절반만 계산됩니다
부부 공동명의로 등기된 주택이나 자동차가 있다면 그 지분만큼이 신청인의 재산으로 잡힙니다.
예를 들어 5억 원 아파트를 5대 5로 공동명의 등기하셨다면 신청인 몫은 2억 5천만 원이 계산됩니다.
그중 담보 대출 잔액을 뺀 순자산이 실제 반영되는 금액이지요.
제가 담당했던 사례 중에서 부부 공동명의 아파트에 담보 대출이 지분가치보다 많이 남아있어 실질 순자산이 사실상 0원으로 잡힌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엔 아파트가 회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그대로 유지됩니다.
반대로 신청인 단독명의 재산은 100% 신청인의 자산으로 잡힙니다.
아내분 단독명의 재산은 원칙적으로 회생과 무관합니다.
다만 신청 직전 1년 이내에 부부 사이에 재산을 옮긴 이력이 있다면 반드시 조사됩니다.
"어차피 뺏길 거니까 아내 앞으로 돌려두자"는 절대 금지입니다.
적발되면 재산 은닉으로 회생 자체가 기각될 수 있어 훨씬 큰 손해를 봅니다.
배우자 소득은 어떻게 반영될까요
개인회생에서 소득은 신청인 본인 소득만 산정됩니다.
다만 최저생계비를 계산할 때 부양가족 수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배우자가 등장합니다.
부부의 총 가족 소득이 아니라 신청인 본인의 소득만 잡히므로 아내분 급여명세서는 원칙적으로 필요 없습니다.
다만 배우자가 사실상 신청인의 부양을 받고 있다면 부양가족으로 포함시켜 최저생계비를 늘릴 수 있지요.
이 부분이 실질 변제금을 낮추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반대로 배우자 소득이 상당히 높다면 부양가족에서 제외됩니다.
"부양"이라는 표현이 열쇠라 배우자가 스스로 자립한 소득을 얻으신다면 부양가족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부부 각각이 별도의 근로소득자로 보고 신청인 본인만의 살림살이가 계산됩니다.
이런 경우엔 신청인의 실제 부담이 조금 더 무거워질 수 있으니 사전 검토가 필요합니다.
실무에서는 부부의 소득 균형에 따라 신청 전략을 달리 짜기도 합니다.
아이 이름 통장, 배우자 명의 자산은 어떻게 될까요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자녀 명의 통장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질적으로 신청인이 관리·사용하고 있다면 신청인의 재산으로 잡힐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자녀가 미성년이고 통장에 신청인의 급여 일부가 이체되어 왔다면 자금 출처를 추적당합니다.
부모가 자녀 명의로 만든 적금 통장에 매달 큰 금액이 들어간 이력이 있다면 재산 은닉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 이름을 빌린 실질적 본인 자산은 반드시 신고하시는 것이 원칙입니다.
배우자 명의 자산은 원칙적으로 회생과 무관합니다.
다만 신청 직전 1년 이내에 부부 사이 자금 이체 이력이 큰 금액으로 남아있다면 조사 대상이 됩니다.
제가 담당했던 40대 자영업자 분의 경우 신청 6개월 전에 아내 통장으로 3천만 원을 옮긴 이력이 문제가 됐었죠.
결국 그 금액을 회생재단에 반환하는 방식으로 정리해야 했습니다.
숨기지 마시고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 말씀해주시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실생활에서 챙길 세 가지
첫째, 급여이체 통장을 배우자 명의로 옮기지 마세요.
"편의상" 아내 통장으로 급여를 받으시면 그 자체가 재산 이전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신청인 본인 명의 통장에 그대로 두시고 필요한 생활비만 이체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둘째, 부부 공동명의 대출이 있다면 회생 이후에 처리 방식을 미리 협의해야 합니다.
남편의 지분에 해당하는 채무만 회생에 포함되고, 아내 지분은 그대로 남기 때문입니다.
셋째, 카드 가족카드는 신청 전에 정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남편이 아내 카드의 가족카드를 쓰고 계셨다면 그 계정도 해지되니 아내분 본카드에는 영향이 없지만 실사용에는 불편이 생깁니다.
반대로 아내분이 남편 카드의 가족카드를 쓰고 계셨다면 그 카드는 정지되므로 미리 대체 결제수단을 마련해두셔야 합니다.
이런 소소한 실생활 정리가 처음 두어 달의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줍니다.
저는 상담에서 이 부분을 특히 꼼꼼히 짚어드립니다.
감출수록 관계가 무너집니다
처음 이야기한 30대 부부는 결국 남편분만 신청하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아내분이 그날 사무실을 나가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제 통장은 안 건드린다는 거죠, 정말요?"
제가 "정말입니다, 다만 두 분이 앞으로 얼마간 서로 재정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셔야 해요"라고 답해드렸습니다.
아내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회생을 혼자 짊어지려 하면 오히려 관계가 더 무너집니다.
반대로 배우자에게 정확한 정보와 절차를 공유하시면 함께 견디는 힘이 훨씬 커집니다.
무료 상담에서는 부부가 함께 오셔서 각자의 궁금증을 정리하고 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아내분·남편분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설명을 듣고 나가시면 그 뒤의 대화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늘 이 글이 부부 사이의 그 첫 대화를 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